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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조중동과 아고라
조중동이 아고라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자그니님이 흥미로운 포스팅을 하셔서 트랙백합니다. 제목은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그니님 글에 대한 비판까지는 아니고 그냥 보충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자그니님 글의 핵심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시대는 변했고 조중동은 구시대의 미디어다. 고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소통을 보여주는 아고라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촛불집회야말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소통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본격적으로 출현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자그니님의 주장이다. 적잖은 분들이 덧글을 달거나 트랙백을 거신 것처럼 나 역시 기본적으로는 자그니님의 주장에 동의한다. 확실히 시대는 변했고, 새로운 소통 방법이 등장했으며, 초창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10대들은 새로운 소통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장 인터넷 중계방송이나 각종 블로그에 올라오는 정보는 생생함에서는 기존 언론을 압도하며, 신뢰도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자그니님과 같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구 미디어의 도태' 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흔히 놓치는 부분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구 미디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정보의 질 여부다. 따라서 나는 이 두 문제를 중심으로 왜 아고라가 조중동을 이길 수 없는지 간단히 논해보려 한다. ![]() [조선닷컴. 기성언론의 진화] Ⅱ. 조중동의 진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 언론의 낙후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종종 기성 언론들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전제를 깔고 논리를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성 언론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물론 성공적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경우 시대의 흐름에 밀려 도태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의 조중동은 시대의 흐름에 그럭저럭 잘 따라가는 편이다. 규모가 큰 만큼 앞장서서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한번 대세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변신하는 건 잘 하는 셈이다. 조중동의 큰형님(?)이자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조선일보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조선일보가 시대의 흐름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UCC열풍이 불자 조선일보는 재빨리 키위닷컴이란 UCC전용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것도 2007년 초순에 말이다. 아직까지 베타 서비스 중인데다 UCC싸이트 치고는 한산한 걸로 봐서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조선일보가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포착하고 있음은 알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조선닷컴은 이미 2006년 말에 이른바 '웹 2.0'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개편안을 내놓았다. "공유와 개방의 시작" "웹의 정신" 이런말을 먼저 꺼낸 건 한겨레도 경향도 아니다. 바로 조선일보다. 단순히 겉모습만 바꾼 게 아니다. 올해 초에는 RSS공개 문제를 놓고 제법 대인배와 같은 모습을 보여서 순식간에 한겨레를 시대착오적인 바보로 만든 센스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꼴통 소리를 듣는지는 몰라도 조선일보는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 발빠르게 시류에 편승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착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광고주협회가 올해 초 전국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2008 인터넷매체 수용자 조사' 라는 걸 한 적이 있다.(아래 표 출처는 조선일보, 그러나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교차 검증이 가능하니 조선일보의 왜곡이라 하지 마시라.) ![]() ![]() 조중동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엄혹한 일제시대에도 살아남고, 잔혹한 군사정권 아래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이다. 시류에 편승하고 시류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특기중 특기다. 조중동이 정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논조를 바꾸는 걸 비판하는 사람들이 조중동의 그 변신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시대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은 종종 간과하고는 한다. 시대는 바뀌고, 아고라는 그 시대를 상징하지만, 조중동 역시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 ![]() [인터넷 신문, 기성언론의 벽을 넘는 도전] Ⅲ. 정보의 수준 정보의 질 여부는 아고라에 대한 조중동의 확실한 우위, 아고라가 '감히' 넘보기 힘든 우위를 잘 보여준다. 정보의 질은 두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는데, 하나는 정보의 신뢰도고 다른 하나는 고급 정보의 획득 가능성 여부다. 아고라와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하고, 널리 퍼트리는 데 유리하다. 이것만큼은 조중동이 따라가기 힘들다. 그러나 정보의 신뢰도나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또 다른 문제다. 조중동은 왜곡보도, 편파보도 무지하게 많이한다. 또 다양한 시민들의 모임은 자체 검열기능을 통해 부적절한 정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유용한 정보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아고라의 정치적 편향성(지난 대선 때부터 그곳은 Anti-MB 진영의 굳건한 요새였다.)이나 아고라에서 벌어진 각종 낚시들을 살펴볼 때 아고라의 신뢰도는 조선일보보다 한참이나 낮다는 게 내 생각이다.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검열기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뻔한 낚시성 주장이 나도는 걸 하루하루 지켜보는 입장에서 아고라, 그리고 아고라로 대표되는 네티즌들의 커뮤니티(?)가 생산해내는 정보의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정보를 효율적으로, 또 빠르게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곧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정보가 그만큼 빠르게 유포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월드컵 때의 재경기 떡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더구나 조중동과 같은 언론의 경우 왜곡보도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실제 이들이 얼마나 책임을 지는지는 별개로 어쨌든 그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아고라의 경우에는 그게 힘들다. 익명 다수의 네티즌들에게 어떻게 일일히 책임을 물을 것인가? 고작해야 몇몇 '주동자' 나 유명한 '악플러' 를 시범삼아 처벌하는 정도다. 그리고 책임이 없으면 그만큼 행동이 가벼워지는 게 사람 일이다.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도에 있어서는 조중동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네티즌이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블로거 기자들 중 현장 취재를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이번 촛불집회는 예외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경우 기존 언론의 기사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히거나, 적절한 평론을 하는 글이 압도적이다. 해외 취재는 더더욱 힘들며, 오지 취재 역시 일반 네티즌들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정부 기관 내부의 인맥을 이용해 비밀스런 정보를 캐오거나, 주요 인사들에게 인터뷰를 신청하는 일 역시 어느정도 규모와 권위, 그리고 각종 인맥을 가진 메이저 언론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과학이나 경제와 같은 이른바 '전문지식' 이 필요한 분야 역시 메이저 언론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고, 일반인이라도 경험을 토대로 그럴듯한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조중동 기자들은 머릿속에 색깔론 전용 패인트만 들어있는 멍청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이 소위 '명문대' 를 나온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이다. 사람들이 "그래도 신문은 조중동이 가장 볼 게 많다" 라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메이저 언론, 기성 언론의 정보력과 전문성의 벽은 일반 시민들이 따라가기에는 너무나 높다. ![]() [아고라, 새로운 소통의 공간] Ⅳ.결론 : 아고라는 조중동을 이기지 못한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조중동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왔다. 그것도 한겨레나 경향같은 소위 진보 언론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말이다. 더구나 기성 언론이 가진 신뢰성과 정보력, 전문성은 보통 시민들을 간단하게 압도해버린다. MBC 100분 토론이 끝난 다음이면 아고라든 이글루스든 올블로그든 100분 토론 이야기로 가득 차는 게 무엇을 의미할까? 한겨레나 경향신문에서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면 그 기사를 퍼나른 글이 인기글이 되는 건 또 무엇을 의미할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고라는 한참 뜨는 잘나가는 아마추어 선수이지만 조중동은 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 중의 프로다. 아마추어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프로를 압도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프로가 그 기술을 습득하는 순간 아마추어의 우위는 바로 사라져버린다. 오마이뉴스가 한참 뜰 때에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 서비스가 주목을 받을 때에도, 작년 재작년 UCC열풍이 불었을 때에도, 많은 이들은 기성 언론의 종말, 종이신문의 최후를 말했다. 하지만 기성 언론은 그들을 바라보는 종말론을 비웃으며 웹 2.0의 산뜻한 옷을 갈아입고 우리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가, 네이버가, UCC가 '아고라' 로 바뀐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자그니님이 인용하신 마뉴엘 카스텔의 책은 90년대 중반에 나온 책이다.(그리고보니 '제 3의 물결' 은 언제 나왔더라....) 그 책이 선구성을 가졌다 할지라도 '네트워크 사회' 는 이미 10년 가까이 된 셈이다. 2002년 월드컵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벌써 6년이다. 조중동이 망할 것 같았으면 벌써 망하고 남았다. 혹시 엉뚱한 오해를 살지 몰라 말해두지만 내가 "오오 승리의 조중동 조중동을 찬양하라 조중동 킹왕짱!"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고라의 힘과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 아고라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며 그곳은 한국사회에 상당부분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힘을 과장하지는 말자 이말이다. 기성 언론과 새로운 웹 커뮤니티는 한쪽이 한쪽을 도태시키는 관계가 아니다. 전자는 전문성과 정보력으로, 후자는 시민들의 의견 표출 공간으로 각각 상대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 주는 관계다. 그리고 기성 언론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한다. 결국 조중동과 아고라는 겉으로 보기에 치열하게 대립하는 관계지만, 그 기능만 놓고 보면 상호 보완적인 셈이다. 따라서 조중동은 아고라를 이길 수 없다는 자그니님의 말은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아고라도 조중동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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